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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평론(가나인사아트센터.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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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산에 작성일16-12-13 18:03 조회1,5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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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을 노래하다

  

최돈선(시인)

 

 

백중기는 그림을 그릴 때 영월산 동강주 몇 잔을 마시고 가만히 영월 서강의 흐르는 강물소릴 듣는다바람일까어디서 오는 청색의 메시지일까산이 껴안은 무한한 울림에 그는 늘 곁에 놓여있는 애마와 같은 기타를 집어 현을 뜯는다그의 음조는 유장한 듯 멀고먼 듯 가까이영월의 강과 나무와 풀꽃과 들녘을 건넌다그리하여 마침내 피안의 푸른 별에 닿아지는스스로 닿아지고야 마는 원초의 노래그것이 바로 그의 화법이다.

 

백중기는 화가인 동시에 음유시인이고 현세와 내세를 넘나드는 별의 보헤미안그는 화폭에 수많은 길을 내고 수많은 그 길로 하여 생의 굴곡과 애와 환을 붓으로 형상화하고자 한다그는 자신의 온 영혼을 화폭 속에다 청색의 색조로 풀어낸다피카소의 우울한 청색시대와는 다른남과 자람과 소멸의 노래가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모티브이다청색을 바탕으로 한 생과 소멸의 노래그것이 그의 자연관이요 철학이요 자신이 살아온 생의 역사인 것이다그는 바람의 귀를 가진 사람...영월에서 나서 영월 바깥을 벗어나 본 적 없는 그이다.

 

그가 그려낼 수 있는 건 <낡아져가는 것들에 대한 경의>. 자연에서 나서 자연으로 소멸해 가는 모든 물상들이 그의 소재이다일견 단순하면서도 질박한어떤 파격조차 드러내지 않는 순수 그 자체의 모습이 그의 진면목이다그렇다면 일체의 추상성을 배제한그의 그림이 내재하고 있는 본질은 대체 무엇일까.

 

백중기의 그림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하나는 자연 그 자체이고하나는 그 안에 둥지를 튼 마을 풍경이 그것이다이것들은 따로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는 상보적 관계이다.

도시 변두리의 마을이 아닌계곡과 계곡 속에 알을 품듯이 자리한 마을이다그 마을엔 천년을 스쳐 지나갔을 오랜 기차가 달린다눈보라를 뚫고 산간마을을 지나는 그림 <기차는 떠나가네>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초월적 몽환을 보여준다마치 테오도라키스의 애절한 음조처럼 먼 산 너머 아련히 메아리를 남기는,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연상시킨다.

하여그의 그림은 시이고 동화이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서 사람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그렇다고 단순히 풍경화로서만 그의 그림을 보고 읽어서는 안 된다동네슈퍼와 장미다방과 정미소비탈길좁은 길들이 뻗어있는 높은 둔덕의 집들엔 사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몇 개의 그림만이 드물게 사람의 흔적이나 빨래를 넌 풍경을 볼 수 있지만그것도 아주 작게 축소되어 있을 뿐이다그것이 백중기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백중기만이 품고 있는 사람살이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놀랍게도 그 적요의 풍경 속에서 자신이 살아온 지나온 날들을 반추하게 된다집과 집 사이골목과 골목 사이비어있는 길과 길 사이자작나무와 나무 사이회화나무 그늘 안에 깃든 집들 사이청색 밤하늘의 은하수 사이그 사이 사이에서 우리는 놀랍게도 그가 몰래 숨겨놓은 이야기의 여백을 읽게 된다.

동네슈퍼엔 어쩐지 삼양라면만 팔 것 같은기와 얹은 장미다방엔 오랜 화석이 된 늙은 다방마담이 적요의 바깥을 무연히 내다보고 있을 것만 같은흰 자작나무 숲엔 외뿔 달린 도깨비가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은동네 마을 집들에선 아이들 울음이 싸리꽃처럼 터져나올 것만 같은그런저런 이야기가 옹기종기 숨어있을 것만 같다.

그리하여 그의 그림은 왠지 모르게 인간적인 따뜻함을 은연중 드러내게 된다없지만 있는 것이다비어있지만 채워져 있는 것이다소멸하지만 잉태하는 것이다낡아있지만 경이롭고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백중기의 그림은 해석이 필요없다그저 보면 된다그저 느끼면 된다그저 색채와 색채의 질감이 주는 노래를 들으면 된다우리가 늘 그 안에서 놀고그 안에서 호흡하고그 안에서 울고그 안에서 웃고그 안에서 꿈을 꾸기 때문이다다만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소멸의식으로 안타까워하기도 하지만이미 그것은 또 다른 세계로의 잉태를 의미하기도 한다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늘 또 다른 의미의 생명과 변화를 내재하고 있기에.

 

사실 백중기는 다혈질이다그림이 주는 고요함과 별의 아름다움과 바다의 쓸쓸함과는 전혀 다른어떤 정치적 불의에도 분노해마지 않는 투사적 기질을 가진 화가이다그럼에도 그의 심성은 서정적이면서 비의적秘義的인 로맨티시즘을 동시에 지닌다그것이 그의 기질이요 그의 매력이다.

그는 슬픔 속에서 꺾이지 않는 결기를들꽃들의 흔들림 속에서 민초들의 거센 함성을 듣고자 하는 작가이다과연 그의 그림에서 우리는 그것을 읽을 수 있을 것인가아직 그것에 대한 해답을 우리는 듣지 못한다다만 한 화가의 생이 걸어온또 걸어가야 할 본성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하지만 그는 자연에 대한 따뜻한 시선생명의 움틈과 소멸에 대한 끝없는 천착그러한 순수 질정質定의 작업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끝으로 백중기 작가의 메모를 소개함으로 그의 지평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나만의 독특한 그림방식이 있으니...허물어져가는 집이나 아예 빈 집이나 사멸하여 곧 없어질 

풍경들에 나는 무한한 애착을 가진다나무언덕바람.. 그것들의 슬픈 낭만.

 

-나는 산을 그리는 화가가 되리라산은 계절 따라 다르고 아침저녁으로 다르고 내가 산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Singing The Scenery

 

Baek, Joong-ki listens silently the sound of Seo-river of Yeongwol when he is painting, drinking donggangju(rice liquor) made in Yeongwol Is it the wind? Is it a blue message somewhere? He holds his guitar, his favorite horse which is always beside him and strums the strings with the infinite resonance embraced by the mountain. His tone is lengthy like a long memory and goes over the trees, the flowers, and the field of Yeongwol-river, nearish and far away. Finally it touches the blue star of the other world and this song of the primitive is his art of drawing.

 

Baek, Joong-ki is not only a painter but a troubadour and bohemian of a star crossing this world and the next. He makes so many paths on the canvas and on them he tries to embody the suffering, the love, and ups and downs of his life. His motives are the song of birth, growth, and extinction different from Picasso's “Blue Period.” The song of life and extinction based on the blue color is his view of nature, philosophy, and the history of his life. He is the person who has the ears of the wind… he was born in Yeongwol and has never gone out of it.

 

His painting material is the ‘homage to the antiquated’ and all things which come from and vanish into nature, He is so simple and plain and the purity itself which does not reveal any aberration is his real worth. If so, what is the immanent nature of his paintings which eliminate any kind of abstractness?

 

His paintings can be divided into the two worlds. The one is nature itself and the other is the scenery of villages which nest in it. They are in complementary relations, not separate but coexisting.

The village of his is not a suburb but the one set in a valley like eggs in a nest. An antiquated train more than 1,000 years old is passing through the village. One of his works, “The Train Is Passing” shows some transcendental phantasm which goes beyond the time and the space in which a train is passing a mountain village through a snowstorm. It leaves an echo faintly over the mountain and conjures up a pathetic tone like Mikis Theodorakis’ “The Train Leaves at Eight”

Therefore, his paintings are just poems and fairy tales.

However, it is not easy to find human beings in his painting. But we should not read his paintings just as landscapes while we cannot find any trace of humans in a small grocery, “café Rose”, a rice mill, sloping roads and the paths on the high hills shown in his paintings. Just in a few paintings, we can see the rare marks of humans and the scene of the laundry hung out on a clothesline, but they are also reduced in a small size. But this is the life of Baek, Joong-ki, intended or not.

 

But surprisingly we ruminate our past life in that lonesome and silent scenery. We can read abruptly the blank space of the stories hidden secretly among houses shadowed by locust trees, alleys, empty paths, birch trees, the night sky of the blue, and the milky way.

It seems that this and that stories are hidden there. Imagine that they sell only ‘Samyang Remyun’ in the small grocery and a fossilized, old madam of the tiled roof café is looking out lonesome and silent world indifferently and a hobgoblin with a unicorn makes an abrupt appearance in the forest of white birches and the cry of babies explodes like lespedeza flowers.

Therefore, his paintings reveal some human warmth impliedly. Just feel! It’s all we should do. Just hear the song of the colors with their feeling. It is because we are always playing, breathing, crying, laughing, and dreaming in it. He grieves at the vanishing things but it also means a kind of birth into a new world as nature shows us itself as it really is and the birth and change of some different meaning inheres in it.

 

In fact, Baek, Joong-ki is a man of hot temperament. He has some nature of fighter who reveals his anger directly against any kind of unjustice of politics while his paintings give us stillness, beauty, and loneliness of star and sea. Simultaneously his character has lyrical and ritual romanticism which is his disposition and attraction.

He has decisiveness in his sadness and is willing to hear strong shouting of grass roots in the swinging of wild flowers. Can we read this in his paintings? There is still no definite answer to this question. We cannot guarantee what kind of change in his nature has (and will have) happen in his past and future life. But we are certain that his warm glance to nature, the endless attachment to the blossoming and extinction of a life and this kind of all pure work of his will go continuously.

Finally, I hope to expand the spectrum of understanding of him by introducing pieces of his memorandums.

 

“I have my own way of painting… I feel deep and unlimited attachment to the antiquated and empty houses and scenery which shall vanish and be extinguished soon. A house, a tree, a hill, a flower, wind, a star… and their mournful romance.”

 

“I will be a painter who draws a mountain. The mountain changes according to the seasons, morning and evening, and the attitude toward which I have.”

 

 

(Written by the poet, Choe, Don-seon) 번역 오민석 Oh, Min-Seok(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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